다시 한 번 울엄마 이야기

작성자
Synabro68
작성일
2016-06-26 13:45
조회
1614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 10년 세월은 아마도 긴 시간이었으리라
그러나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지난 10년
그 끄트머리에 우리 엄마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전망 좋은 산등성이 바위 위에서 환히 웃고 계신다
꼭 산행이 아니더라도 나들이를 좋아하셨던 우리 엄마
싱싱한 감수성으로 창밖을 지나가는 모든 풍경을 언제나 즐기셨던 우리 엄마
신구약 성경 66권 필사를 2번이나 하셨던 우리 엄마
한가지 볼펜으로만 깔끔하게 쓰셨었다
주일날은 대예배와 오후예배, 그리고 매일 아침 새벽기도, 수요일엔 권사합창단, 목요일엔 중보기도 팀에서 기도하셨고 금요일 철야예배 거기에다 일주일에 두번 노인대학에 다니셔서 졸업까지 하셨던 우리 엄마
외손녀에게 배운 영어 실력으로 당당히 시민귄 시험에 홀로 합격하셨던 우리엄마
가끔씩 배추가 쌀 때는 한 박스씩 사다가 김치 7병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나누어주기를 좋아하셨던 우리엄마
그런 우리 엄마가 치매라니요
어떻게 우리 엄마가 치매일 수가 있나요
어떻게
나는 엄마보다 더 배웠겠지만 엄마보다 더 잘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무엇이든지 엄마 만큼만 할 수 있기를 소망했었는데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나에게 큰 그늘이었었는데
어느새 아기가 되어버린 엄마를 돌보면서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조금 전에도 sofa에서 비스듬히 기대시길래 침대로 가시자고 아무리 권유해도 마이동풍, 할 수 없이 억지로 눕혀드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누우신 다음엔 편하게 잠드시는 걸 보면서, 내가 힘들어서 싫어한 일에도 하나님 아버지께서 나에게 지나가야만 하게 하신 일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 모르지만 이 길을 다 가고 나면
그때, 그래서 그랬군요 알 수 있으리라
하나님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