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키워받자야...라고요?

작성자
insunrhee74
작성일
2017-01-12 01:55
조회
2156
지난 성탄절 일입니다.
하루종일 예배요, 칸타타요,
아이들 성극 구경하며 행복한 날을 보내고
열 두 시간 만에 밤 7시에 돌아와서
따뜻한 아래목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카고 고모가 밤 9시 쯤에 깨운 제목이
아들은 키워봤자야.


이게 왠 아닌 밤에 홍두깨인가
그녀의 하소연은
그날 스스로 효자인양 자처하는 두째 아들이
손자 둘과 며느님을 이끌고
엄마 교회에 와서 성탄 예배를 드린 것은
연례 행사아니라도 해마다 좋은데


주고 간 카드 봉투가 문제였대요.
봉투 안에 다만 20 불 짜리 한두장이라도
들어 있으려나 했더니
달랑 자기들 사진으로 만든 카드 한장 뿐.


도대체 이럴 수가 있나 하며
어찌 할꼬
나와 궁리를 하기 위해 전화해서는
한숨을 푹푹 쉬었죠.
차마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요.


엄마에게서는 받기만 하는 것이
이력이 난 아들을
어떻게 고쳐 줘야 할지....


자기 친구의 딸은 얼마나 부모에게 잘하는지
걸핏하면 명품 백이요, 비싼 옷이요 얻어 입고 와서
딸이 해 주었다고 자랑하면
가뜩이나 샘이 많은 고모는 속이 썩을 때가 많대나요.


아, 물론 아들들이 진짜 효자인 사람들 이야기는 입속으로 삼켰지요.
우리교회 ㄱ 권사님은 언제든지 비행기를 타면 일등석으로만 태워주는 아들이 있어요.
작년엔가 피닉스에 와서는 BMW 거의 십만불 짜리도 선뜻 사서 주지를 않나,
아무리 자주 자동차 사고를 내고 힘들게 해줘도 잘 감당해 주지를 않나,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산다는 이야기,

어떤 친구 아들은 부모에게 크레딧 카드를 주고 마음껏 쓰라고 하며,
최고 비싼 옷을 최고급 양품점에서 수십벌을 사도 돈 다 갚아 준대요.
피부과 의사를 한대나
엄청 버니까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친구들을 대동하여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자주 잔치를 벌인다고요.

어떤 권사님은 아들이 매달 집에 와서 샤핑을 있는대로 해주고 돌봐 주는데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 오라고 5 천불을 줬다나 3천불을 줬다나 하는 이야기.

어떤 아들은 매달 천불씩, 이천불씩 용돈을 드리지 않나....
아들이라고 꼭 잘못하는 아들만 있는 것은 아니죠.
주위에 돈 잘 벌고 효도하는 아들을 둔 부모들이 은근 적지 않더군요.
그런 이야기는 고모 마음을 더 어지럽힐까봐 입도 뻥끗 안 했어요.


꼭 잘된 아들만 그런 것도 아니죠.
어떤 아들은 자기도 집 없이 살지만
더 가난한 부모님들이 크레딧 카드를 만불 이만불 쓰고 못 갚으면
일 이 년에 한번씩 몽땅 갚아주는 아들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대체로 총각 때 잘하던 아들들도
결혼하면 가정을 꾸리느라 부모를 몰라하는 아들들이 많아서
아들은 키워보았자 소용없다는 이야기가 대세인 모양입니다.


물론 부모 돈 몽땅 가져가 사업한다고 말아 먹고 빚더미에 앉힌 아들
만 아니고
제발 손 안 내미는 것만 행복하게 생각하고
너네들이나 잘 살아라 할수도 있겠지요.


공부 잘한 아들은 나라의 아들이요,
돈 잘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이요,
빚쟁이 아들은 내 차지..라는 말이 있듯이요.
하지만 딸들은 대체로 좀더 부모님 사정을 잘 알아 준다는 겁니다.


고모의 다른 노총각 아들은 자기 일에 바빠 연락 조차 잘 안하지요.
그보다는 낫지만
이 자칭 효자 아들은
작년에도 달랑 배 네개만 들고 와서
하루밤을 자고 간 기억이 난대요.


그래도 엄마는 손자들 생일마다, 만날 때마다
선물이요, 레스토랑 비용이요,
용돈이요, 여행 비용이요, 내줄 뿐만 아니라
집살 때 다운페이 까지 내어 주었죠.



친정에 갈 때는 꼭 빈손들고 가지 말아라.
가르쳐 왔는데
은근 사과 박스 하나라도
블라우스 하나라도
선물 한번 받아 보면 소원이 없겠다 했지만
속을 꺼내보지 못하고
번번히 실망하고 냉수먹었죠.
무얼 혹시 주면 안쓰러워
배나 갚아줄텐데 그렇게나 못해야 할까요?


이제는 포기를 하도 해서
바라는 것 조차 안할 정도 인데
하필 봉투를 건네는 바람에
공연히 마음 부풀었다가 꺼지니
새삼스레 그렇게 속이 상할 수가 없더랍니다.


우리 둘이 의논 끝에 가장 좋은 방법은
솔직한 심정을 대놓고 이야기 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엄마 심정을 몰라서 그럴 것이니까...
..........................

며칠후 고모가 희희낙낙 전화를 했습니다.
새해에 하루밤 같이 지내러
역시나 또 빈손으로 온 아들 식구.
아들에게 틈을 만들어 이렇게 물었답니다.


아들아, 하나님이 가난하고 돈이 없으셔서
우리에게 헌금하라고 하시지?


아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엄마 심정을 자세히 말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싶은 거야...
다행히 금방 알아들었다고 합니다.


요즈음 부모들은 자식들 보다
더 풍요로운 사람이 많아서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안 바라고 사는 것이
미덕인 세상이 되었죠.


집도 사주고
필요하면 몫돈도 내어주고...
그러다 보니 우리 부모는
부자라 아무것도 필요없다면서
자기들 먹고 살만 한대도 용돈 한번 안주는
자식들이 되는 거지요.


혹 가난해서 손을 벌리면
"노후도 준비 안하고 무얼 하고 살았냐?"
하는 며느리 군의 맹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지요.
자식을 노후대책으로 키웠냐,
제발 바라지 마세요 라고 하며 부담감에 절절 맵니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잘 가르쳐 놔야 될 것 같아요.
모아서 도로 주는 한이 있어도
부모에게 용돈도 드리고 생일과 명절에
오던 안 오던 선물도 잊지 않게끔, 오고 가는 정이 있게끔
올 때는 빈손으로 오지 않도록 말이지요.


주기만 하고 안 바라는 것도
버릇만 나빠지고 도리를 모르는 사람 만드는 것일테고
안 주고 안 받는 것은 삭막한 삶으로 만드는 것일테니
그보다 주고 받는 삶이 더 풍요롭고 아름답다고요


성경에도 부모를 공경하라 하셨는데
말로만 공경이 되는 것이 아닐겁니다.
효도하는 아이들이 잘되는 것이라고
아이들이 잘되게 하려면
엎드려서라도 절 받자 라고
옛날 목사님들은 가르치셨죠.


내년에는 조카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봐야 하겠어요.


점점 자기 가족만 중심으로 살아가게 되는
우리 아이들도 다시 가르치려고요.
부모는 물론 이웃과도
나누며 살라고 가르치고 싶어요. (2017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