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아와 박경화

작성자
Synabro68
작성일
2017-10-16 13:40
조회
729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내 이름은 경아이다
27살에 처음 아들을 보신 후에 연년생으로 딸을 보신 우리 아버지는 많이 기뻐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을 고민해서 내 이름을 지으셨다고 한다
그 당시엔 딸이면 거의 무슨자가 많았었다 영자니 옥자니 순자니 하는 식으로.
일제 36년 압제에서 해방된 지 5년밖에 안되었던 때라 일본식 이름의 영향이 막강했을 때,
일본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전부터 내려오던 어려운 한자도 싫으셨던 아버지께서는 일주일을 고민하시어
한자로는 별아이라는 뜻의 예쁜 이름을 지어주셨던 거다 지금부터 무려 67년 전 일이다
그런데 국민학교 6년을 다니는 동안 한 반에 6-70명 한 학년에 12반이 있어도 아무도 내 이름과 같은 이름은 없었다
혼자만 가진 이름이 싫어서 아버지에게 이름을 경화로 바꾸어 달라고 징징대기도 여러 번 했었다
그때마다 빙그레 웃으시며 "경아가 얼마나 좋은데- -"
그 후에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최인호라는 작가가 쓴 "별들의 고향" 이라는 작품이 책으로 , 또 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 주인공 경아가 갑자기 유명해지더니 작품마다 경아라는 이름이 흔해터지기 시작했다
나는 또 불평했다 이번엔 내 이름이 너무 흔해져서 싫다고. 아버지께서는 그냥 빙그레 웃으시며 "경아라는 이름이 참 좋지"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었다
모든 법적인 서류에는 미국 시민권을 딸 때 가진 미국 이름으로,
그리고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며 내 이름은 내려 놓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교회 안에서 만큼은 다르다 내 이름이 있다 참 다행하기도 하지
게다가, 우리 교회에는 어릴 때 내가 가지고 싶어 했던 경화라는 이름을 가진 권사님도 계신 것을 알았다
은근히 궁금했었다 만나고 싶었었는데,
다행이 이번 소망회 소풍에서 그분과 개인적으로 만나 인사도 하고 여러가지 대화도 나누고 교제를 하게 되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그분도 나와 당신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서 나를 궁금해 하셨다고 했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 마음에 맞는 대화를 하며 가질 수 있는 기쁨은 우리 또래의 나이든 사람에게 허락된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그분은 지나온 세월의 희노애락으로 매사에 사려도 깊고 단정하고 몸과 마음이 무척 아름다운 분이셨다
다만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말문을 트게 되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끊임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로 서로를 공감할 수 있었다
이번 소망회 안에는 오랫동안 서로 잘 아는 친구로 같이 오신 분들, 혹은 믿음의 친구로 같이 오신 분들이 많았다
더우기 40년지기 친구들까지 있었지만, 나는 박경화 권사님을 새로 알게 되어서 가슴이 설렌다
새로운 친구라고 할까 언니라고 할까
우리의 만남이 일년이 될 지, 십년이 될 지,
어차피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오늘 나는 행복하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크신 은혜 안에서 항상 감사하며 살리라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더 이상 불평하지 않고 진실로 감사하며 살리라
예전엔 참 많이도 불평했었다 내게 없는 것만을 찾아서 그저 불평하곤 했었지만,
이젠 내가 가진 것들만 바라보기로 한다
오, 내 잔이 넘치나이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