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내온 것(끝)

작성자
insunrhee74
작성일
2016-09-20 02:07
조회
1670
교만의 자각

 

대학 기간동안 기독교 인생관을 확립한 큰 수확이 있었다고 자부하였는데

졸업 직전에 결혼 문제에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결혼 문제는 신앙과 인생의 시험대일수가 있지요.

정말 믿음으로 살고자 하는가 아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를 보면 알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 모임의 지도자가 되는 분이 지금의 남편을 소개해 주면서 사귀어 보도록 권했습니다.

그 선교센터 분위기는 지도자의 말이 하나님 말씀처럼 위력이 대단하여 많은 사람들이 순종하였고

순종 안하면 하나님 말씀을 거역하는 것 만큼 나쁘게 생각하였습니다.

복음의 진수를 잘 가르쳤지만 실행에 관한한 이단적인 요소가 있었어요.

 

제 남편은 지금은 나이가 들어 조금 세련 되었지만 그당시만 하더라도

아주 볼품없고 촌티 나는 노총각에 전라도 사람이었고 나보다 나이도 많이 많았어요.

나는 아직 예쁘고 자신만만한 미대생이었습니다.

결혼에 대해서 아직 생각도 안 해보았고 연애 한번 해 본적이 없었으나 최소한

우리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대로 내 신랑감은 적어도 서울대를 나온, 나보다 능력있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정말로 내 마음에 드는 점이 거의 없는 그사람을 소개 받고

자존심이 상하여 단번에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를 소개받은 내 남편은 좋아서 죽을 지경인 것을 감출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 된것 처럼 믿고 서둘렀습니다.

결국 결론 없이 먼저 미국에 온 그이는 나의 마음을 얻으려 정말 열심히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우연한 일일수는 없습니다.

그의 눈에 하나님의 사랑이 씌운 것이었을까요?
나의 싫은 눈치에 포기하고 물러섰으면 제발 좋겠는데 체면없이 열심이었습니다.

 

나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이가 나를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 내가 과연 무엇이 얼마나 더 잘났다고

하나님 믿는 형제를 그렇게 무시해 버릴수가 있을까

내가 조금 먼저 촌티를 벗었다고, 더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가정이 조금 더 살만하다고, 손재주가 있다고?

내가 혹 잘난 것이 있대도 그것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주신 것이 아니던가?

그가 못났대도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부모와 환경을 선택하여 나온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무엇이 남보다도 조금만 낫다면 그렇게 베푸신 하나님의 뜻을 잊어버리고

교만해져서 함부로 남들을 무시하기가 얼마나 쉬운지요.

 

믿음으로 세상을 살고자 하던 내가 외모와 조건을 따져서 남을 무시하는구나...

나의 교만을 자각할때 얼마나 부끄럽고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요.

이런 마음들과 싸울때 하나님께서는 다른 생각들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을 신실히 믿고 살면 누구랑 살아도 행복하리라

그당시 신앙있는 청년이 드물었는데, 믿지 않는 잘난 사람과 살다가 신앙을 잃지나 않을까,

차라리 좀 덜 잘났더라도 믿음이 있는 사람이 더 낫지 않겠는가?

그래서 "하나님 이사람이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남편이라면

제가 사랑할수 있게 해 주십시오" 라고 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지극히 적은 소자 한사람 한사람을 사랑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배우게 되었고

이세상 그 어떤 사람도 함부로 무시할수 없다는 것과

누구든지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고귀한 생명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내게 영향을 주신 하나님의 말씀은

"믿음으로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 받기를 거절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 보다 더 좋아하고.."히브리 11장 24-25절 이었습니다.

이 말씀에 은혜를 받고 저도 신앙의 선배들을 본받아 세상 안일과 부귀를 누리며 사는 것보다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는 길, 좁은 길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혼 문제를 주님의 뜻 안에서 해결하려 할때

장차 주님 위해 죽을 때가 생길지라도 배반하지 않고 옛 성도들과 같이 승리할 것 같았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고 사랑하는 마음 주셔서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결혼 하여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다시 보니 그이는 그만하면 미남이기도 했고 정이 가는데도 많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때 그의 신앙은 하나님이 첫째, 교회 일을 먼저, 우리는 나중 생각하자는

분명한 자세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나를 기쁘고 자랑스럽게 만들었는지요.

 

그때는 돈도 없고 영어도 짧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믿음 하나만으로 용감했고 행복했습니다.

믿음으로 살때는 아무 걱정도 없고 염려도 없이 하나님께 맡기며 살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우리들에게 여러해 동안 여러 모양으로 축복해 주셔서

예쁜 딸을 둘, 아들 둘을 낳아 기르고 분에 넘치는 좋은 집도 지니고 살게 해 주셨습니다.

철모르는 아이들 같던 우리가 미국에서 기반을 잡고 부모 형제를 도와줄 만큼 되었지요.

 

욕심과 하나님의 훈련

 

한편 우리의 길에도 시련이 있었고 세상욕심에 빠져서 허우적 댈 때가 있었습니다.

돈을 좀 더 빨리 벌어서 재산을 늘이고자 하는 욕심때문에 잘 못 판단,

손해가 나고 오히려 큰 고통을 맛보기도 했고

욕심은 믿음을 갉아 먹고 다툼거리를 주었습니다.

 

외부에서 온 시련은 남편의 직장 문제였는데

영어가 짧고 세상살이에 능숙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였습니다.

2-3년 만에 한번씩 실직을 당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이 문제를 통하여 우리에게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하셨습니다.

우리를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키우시고자 하셨지요.

무엇보다도 귀한 응답받는 기도의 체험을 하게 하신 것입니다.

 

처음으로 직장이 떨어졌을 때 기도제목은

"한달 안에 직장을 주십시오." 였습니다.

한달치의 월급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둘이서 간절히 기도했는데 한달이 다 가도록 아무 소식이 없이 막연한 것 같았습니다.

한달이 다 가는 그날 아침 남편은 내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 어디론가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 아침부터 꼭 한달만에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곳에서 일하다가 또 2년만에 갑자기 실직을 또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두번째 당하는 일이라 너무나 부끄럽고 괴로웠습니다.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날마다 둘이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이번의 기도제목은 "하루도 놀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런데 하나님께서 두번째의 기도도 그대로 들어 주셨습니다.

불과 며칠만에 직장을 찾아서 하루도 안 놀고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우연일수가 없었습니다.

시시한 직장이 아니라 마취과 의사 직장을 찾는 일이 그런 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적어도 두세달의 여유가 있어야 새 직장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찾을 수가 있다니...

 

하나님 밖에 도움을 얻을 길이 없던 우리들은 하나님께 매달렸고 하나님은 그런 기도들을 꼭 들어 주십니다.

주님이 살아계셔서 우리를 돌보시고 간섭하신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세번째 직장을 옮길 때도 하나님의 신기한 도우심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좋은 선배님이 계셔서 남편이 살이 찌고 편안하게 3 년을 잘 지냈습니다.

 

내가 하던 사업도 잘되어서 돈을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어려운 문제를 당하였습니다.

어떤 환자가 수술 침대에서 죽음으로 마취과 의사로서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실직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직장을 찾을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85 년 그 눈보라 치던 겨울날, 박 목사님께서 사모님과 함께 오셔서 격려하시고

사업을 해 보도록 권고 하셨습니다.

이제 세탁소를 경영한지 3년째 여름을 당했습니다.

전직 의사가 세탁소를(!)...우리의 그때 결정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나

우리의 실수와 판단미스를 통하여서도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루어 주신다고 믿고 삽니다.

안해보던 일이어서 힘들게 느껴질 때도, 남모르게 눈물 흘리는 일도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아직도 깨어버릴 죄와 허물이 많아서 훈련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욕심과 교만과 게으름의 문제들을 다루신다고요.

 

만일 우리가 우리의 욕심대로 모든 일이 잘되고 돈도 많이 만들어 쌓아 놓고 살수 있었다면

또 이런 고통의 문제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우리도 세상 재미에 빠져서 형식적인 종교인이 되어 있기가 십중팔구요,

주님의 영생을 사모하는 마음쯤은 일찌감치 쓰레기 통에 버렸을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길에 축복과 고난을 동시에 주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축복의 때에 교만하지 아니하고, 고난의 때에 절망하지 않으며 꿋꿋이 살아야 함을 믿습니다.

 

85 년 시카고 남부교회에 처음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당시 우리 믿음이 바닥이 났었고 간신히 주일 성수만 할뿐 앞장서서 마음껏 섬기지 못했었지요.

방황하는 고아같던 우리들이 고향을 찾은 것 같더랬습니다.

진실한 목사님과 형제들이 신앙적인 분위기를 이루어서 우리는 그냥 따라 가기만 해도 흡족하였습니다.

 

그사이 교우중의 한분의 도움으로 은사 체험을 한 일도 기쁜 일이었고요.

부흥회와 여름수양회, 속회 모임들은 모두 은혜 받는 기회들이 되었습니다.

믿음안에 어울리는 형제 자매들을 볼때마다 정답고 든든합니다.

요즈음은 생전 처음 새벽기도도 가끔해보고 그동안 해이했던 신앙을 많이 회복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을 온전히 회복하여 교회에 성령의 불을 일으키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삶을 더듬어 보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지금 있게 하시고 이만큼 키워주신 것을 인하여 감사찬송을 드립니다

연약한 나를 여러가지 훈련을 통하여 좁은 길, 진리의 길로 가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내게 건강과 재능과 은사들을 주셨으니 이제부터 열매 맺고

주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올려 드릴수 있기를 기도 드립니다.

주님 앞에 서는 날 많은 것을 믿음의 작품으로 올려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불평 안하고 죄짓지 않으며

항상 기뻐하며 쉬지 않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며 그의 뜻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할렐루야!(1988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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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8년도 넘은 간증이었어요.

시카고 남부교회 식구들에게 들려 주던 나의 간증을 다시 이곳에 올리며 눈물을 또 흘렸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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